저렴하지만 품질 유지? 가격 설계의 비밀

기업의 상품 가격 책정 방식이 전통적인 원가 기반 설계에서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경제 상황과 소비자 심리 변화에 따라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격 역설계' 방식이 무엇인지, 그 사례와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기존 가격 책정 방식의 한계

전통적으로 기업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상품의 가격을 정해왔습니다.
먼저 시장 조사를 통해 경쟁 상품의 가격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원재료비, 인건비, 마케팅비 등 원가를 계산합니다. 이후 기업은 원하는 마진율을 더해 최종 판매 가격을 확정짓습니다.

이 방식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이지만,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 상황에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소비자의 지출 여력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 새로운 방식: 가격 역설계란?

'가격 역설계'는 소비자 심리를 중심으로 가격을 먼저 설정한 뒤, 그에 맞는 원가와 마진율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가격 책정 방식과 반대로 접근하여 소비자가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를 우선 고려합니다.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거나, 기존에는 판매하지 않던 B급 상품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소비자에게는 적정한 가격에 맞춘 제품을 제공하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3. '가격 역설계' 성공 사례

즉석조리식품: 유통업체 A 사례

한 유통업체는 즉석조리식품의 판매가를 3,990원으로 먼저 설정한 뒤 제품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8,000원대 제품이 나왔겠지만, 소비자가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심리적 저항선을 3,990원으로 보고 이에 맞췄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이윤을 줄이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 결과, 제품 출시 후 1년도 안 돼 300만 개를 판매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습니다.

대형마트의 체리 판매

또 다른 사례로, 대형마트에서는 판매 기준을 조정했습니다. 기존에는 최소 27mm 크기의 체리만 판매했지만, 최근 기준을 24mm로 낮췄습니다. 이를 통해 100g당 가격을 기존 대비 25% 인하하여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가격 인하 전략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4. 가격 역설계와 일본 도요타의 사례

가격 역설계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일본의 도요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방식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 도요타는 차량 설계 초기 단계에서 원가 목표를 설정합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생산을 중단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기술적 열세를 극복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균일가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상품의 가격을 1,000원, 3,000원 등으로 먼저 설정하고, 이에 맞는 원가와 비용을 조정합니다. 이는 상품당 마진율은 낮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 부담을 줄여 구매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5. 변화의 배경: 소비심리와 경제 환경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물가는 소비자들의 지출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낙관적 또는 비관적 소비 심리를 보여주며, 현재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격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가격 역설계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격 책정 방식의 변화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장기적인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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