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페트 원료, 그린워싱 논란과 국내 산업 보호 방안

재활용 페트 원료 사용이 늘어나는 이유

최근 ESG 경영이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재활용 페트 원료는 음료나 생수 등을 마신 뒤 버려진 폐페트병을 수거, 세척, 분쇄,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재활용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대표적인 순환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 섬유, 포장재 산업에서는 재활용 페트 원료가 친환경 소재로 적극 활용되며 ESG 활동의 일환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 중국산 가짜 재활용 페트 원료가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재활용 원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 페트병을 사용해 만든, 실질적인 재활용이 아닌 제품들이 국내외에 유통되고 있어 친환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훼손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국내 재활용 페트 원료의 생산 구조

국내에서 재활용 페트 원료는 마신 음료의 폐페트병을 기반으로 생산됩니다. 수거된 페트병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원료화됩니다.

• 분리배출 후 수거
• 세척 및 이물질 제거
• 분쇄 및 고온 건조
• 재생 원료 생산
• 다시 병, 섬유, 포장재 등으로 가공

이러한 공정은 상당한 인력과 설비 투자가 필요하며,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품질 관리도 철저히 이뤄집니다. 따라서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실제로 국내 재활용 페트 원료는 킬로그램당 약 2,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중국산 재활용 원료, 왜 문제가 될까

중국산 이른바 '재활용' 원료는 원래 폐페트병에서 추출된 것이 아닙니다. 대신, 새로 생산한 신규 페트병을 화학적으로 분해한 후 다시 가공해 재활용 원료처럼 포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진정한 재활용이 아님: 원료의 출발점이 폐기물이 아닌 신규 페트라는 점에서 순환 경제의 취지에 어긋납니다.
• 그린워싱 우려: 표면적으로는 재활용 제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입니다.
• 가격 왜곡 발생: 중국산 원료는 킬로그램당 약 1,450원으로, 국산보다 저렴해 기업들이 이를 선택할 유인이 생깁니다.
• 국내 업체 피해: 국내 재활용 산업은 높은 원가와 인건비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 끼친 영향

지난해 중국산 '가짜' 재활용 페트 원료는 약 1만 2,000톤이 국내에 수입되었습니다. 대부분이 의류나 산업용 섬유의 원료로 사용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고 홍보됐지만, 실제로는 신생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이라 소비자 기만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재활용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내 재활용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유럽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재활용 원료에 대한 인증 및 검사를 강화하는 등 법적 기준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주요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재활용 원료의 이력 추적 시스템 도입
• 생산공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문서화
• 환경 인증기관을 통한 원료 검증
• 그린워싱 관련 허위 광고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

이러한 기준은 소비자 신뢰 회복은 물론, 국내 기업의 역차별 방지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준비해야 할 대응책

중국산 가짜 재활용 원료의 확산을 막고 국내 재활용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1. 재활용 원료 인증 제도 강화

국내외 재활용 원료에 대한 공식 인증제를 도입해 실제 폐기물 기반 원료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2. 국산 재활용 원료 사용 기업 인센티브 제공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 ESG 인증 가점 등 실질적인 보상책을 마련해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3. 공공조달 시 국산 재활용 제품 우선 사용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품을 조달할 때 국산 재활용 원료 사용 제품을 우선 채택하도록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내수 기반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4. 소비자 정보 투명화

재활용 제품에 대해 원료의 출처와 생산 공정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면, 소비자 스스로 친환경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됩니다.

5. 국제 협력 및 수입 규제 마련

EU처럼 수입 재활용 원료에 대한 검역 및 인증 강화를 통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장기적으로 국제 협약을 통한 대응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

재활용 페트 원료의 사용 확대는 ESG 경영의 핵심인 동시에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가짜 재활용 원료가 국내외에서 유통되면서 재활용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입니다. 재활용 원료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 명확한 인증, 그리고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함께 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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